학습 방법론에 대한 골자는 이미 다 나와 있는 것들이고. 각 세부 방법론마다 작가의 사례를 입혀 스토리텔링한 미국식 자기계발서 느낌.
연구 과정과 실제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학습 과정 전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가져다가 그것을 살짝 비틀어서 다시 시도하고, 또 한번 비틀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을 반복한다. 때로는 실력이 갑자기 향상되기도, 갑자기 저하되기도 한다.
내가 깨달은 것은, 언어란 ‘오래된 부품들로 만든 새 기계’라는 엘리자베스 베이츠의 말이 우리가 습득하는 거의 모든 고등 기술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서문 마지막 이 한 문단이 책을 관통하는 요지 아닐까. 세상에 완전히 동떨어진 건 없다. 모든건 연결되어 있다. 혹은 연결할 수 있다. 학습이란건 생뚱맞던 암나사와 수나사를 더듬어 이어 붙여나가는 행위 아닐까.
에릭손은 학습을 근본적으로 정신적인 것, 즉 오랜 시간에 걸쳐 다 듬어진 인지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라고 봤다. 안데르스 에릭손이 보기에 탁월함으로 가는 길은 길고도 깊다. 이런 에릭손의 관점은 그의 책 1만 시간의 재발견 Peak」(비즈니스북스, 2016)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 난다.
이 책에서 에릭손은 탁월함에 도달하는 길로서 연습과 정신적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에릭손은 개인별 능력 차이 중에 타고난 유전적 요소에서 비롯된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키와 몸무게를 제외하면 한 개인의 최종 성과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는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이 연습에 몰입하면 그 연습이 신체적 작용을 변화시킨다. 에릭손 본인이 원어민의 억양에 가깝게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익혔다는 사실에서도 그러한 점을 잘 알 수 있다. 에릭손의 연구는 우리 가 연습에 들이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쌓은 정신적 이미지가 최종 성과 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 준다.
번역이 잘못된건가 내가 맥락을 잘못 이해한건가. 유전자가 모든걸 결정한다는 소리도 믿지 않지만. 키와 몸무게를 제외하고는 연습이 성과를 좌우한다라.
추정컨데, ‘최종 성과’라는 표현이 핵심일 것. 어느수준까지 도달하는데는 유전자 빨이 중요하지만. ‘최종’ 성과의 주된 요소는 연습이다. 이렇게 해도 논란 여지는 있지만.
유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애초에 해당 분야 연습을 하게 만드는 것도 유전자의 역할이라고 하니. 다만, 정말 내가 좋아하고 중요한 분야에 임한다면 유전자는 바꿀 수 없는 상수이니 변수인 연습 외에는 할 게 없긴 하지.
최상위 레벨에서는 유전자 싸움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유전자 상한선까지 도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일반인 간 경쟁과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연습의 질과 양’아닐까.
근데 그 연습의 질과 양을 뽑아내는것조차 유전자라고 하면 도돌이표가 되어버리고.
체스 마스터가 체스 말 하나하나를 별개의 단위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히려 체스 마스터는 각 스판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했다. 한 체스판 위에 있는 모든 체스 말이 그 체스판에 있는 다른 체스 말과 연결되어 있었고, 심리학자들이 덩이(청크)라고 부르는 것을 구성했다.
체이스와 사이먼은 체스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전문가 집단 대 초보 집단) 체스판을 보고 외우도록 했다. 이번에는 실험을 살짝 변형해 체스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체스판과 결코 나올 수 없는 체스판 중 하나를 보여 줬다.
결과적으로 전문가 집단은 초보 집단보다는 체스판을 더 잘 외웠지만, 오로지 그 체스판이 실제 경기에서 나올 법한 체스 판인 경우에만 그랬다. 체스 말들이 실제 체스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패턴으로 배치되었을 때는 전문가 집단과 비전문가 집단 간 기억력에 차이가 없었다.
이 마지막 결과는 전문성의 본질에 관한 단서를 제시한다. 특정 분야에서의 연습과 전문성은 일반 적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체스 마스터의 기억력 자체가 더 뛰어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체스 말을 더 잘 기억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체스 마스터의 전문성은 실제 경기에서 체스판에 체스 말이 배치되는 형태와 관련이 있으며,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배치 형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체스 마스터는 한 번에 한 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체스 게임을 다양한 수를 거쳐 최종적으로 체크메이트에 도달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있었다. 체스 마스터에게는 모든 수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었다. 마치 각 수와 체스 말이 전체 게임의 일부가 되어서 더 이상 개별 구성 요 소들로 해체될 수 없는 하나의 지식 덩이를 이룬 것 같았다.
전문가는 판을 패턴으로 인지한다. 프로댄서가 안무를 빨리 외우는 건 동작 하나하나를 떼서 암기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동작을 흐름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 곡 전체의 전개. 음악에 따른 몸 선과 체중과 에너지의 흐름. 이런 걸 조합해 하나의 패턴으로 외운다.
한 예로, CBL이나 위핑 같은 기술의 세부 동작을 댄서들은 외우지 않는다. 근데 왕초보는 CBL 동작 하나하나 를 분해해 8박자 전체를 외워야한다.(처음에는)
그러나 라틴프로댄서도 완전히 장르가 다른, 예를 들어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동작이라면 몸을 안 써본 일반인보다 조금 더 잘 외우는 수준에 불과할 것. 요가와 필라테스 패턴에 대한 사전 인식 체계 없으니.
댄이 세운 첫 계획은 하루 여섯 시간 연습으로 3년 반 안에 1만 시 간을 채우는 것이었다. 힐, 에릭손, 자신의 코치와 대화를 나눈 후에는 이 계획을 수정했다. 에릭손의 이론이 연습의 양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릭손의 연구는 의식적 연습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이 의식적 연습은 매우 구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의식적 연습을 하려면 자신의 수행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습을 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에릭손은 연습 시간의 대부분이 낭비되는 것에 공공연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도가 약한 연습이 긴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신경을 꺼 버리고 기계적으로 연습 시간을 채우면 그 시간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강도가 너무 높아 지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말콤 글래드웰이란 작가가 지나치게 단순화해 히트시킨 1만시간의 법칙. 책의 대중적 히트를 위해 단순화를 피할 수 없었다 해도. 이제 잘 알고 써먹어야겠지.
홀로 산에 틀어박혀 수련하고 고수가 되는 케이스는 21세기에 안 나온다. 만약 그런 케이스가 있다면 도시에서 취미반 강습을 듣거나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했다면 더 빨리 고수가 됐을 것.
개인 의지에는 한계가 있다. 구조 안에 들어가야 한다. 나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는 구조. 그게 보통 학원이나 강습장이나 동호회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설 생각을 해야지, 혼자 폭포 밑에서 수련하는 은둔 고수 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이들은 아마 냉혹한 피드백을 받을 용기가 없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3년 안에 1만 시간을 채우겠다는 자신의 처음 계획을 지키기 위해 댄은 매일 연습을 두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먼저 오전 연습을 두세 시간 정도 진행하고 정오에 멈춘다. 그리고 오후에도 두세 시간 동안 연 습을 한다. 오전 연습 시간과 오후 연습 시간 사이에는 휴식 시간을 두었지만, 이따금 그 시간에 체육관을 찾기나 달리기를 추가로 하기도 했다.
연습을 두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렇게 하면 댄이 확실하게 의식적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습 시간 사이에 간격을 두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 이른바 구획 연습과 분산 연습이라는 학습 형태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나치게 길게 연습을 지속하는 것은 시간을 쪼개서 하는 연습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습 시간을 두 구간으로 나눔으로써 댄은 심리학자들이 응고화라고 부르는 학습의 안정 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댄은 연습의 길잡이로 학습과학을 십분 활용했다.
📌① 구획 연습 (Block Practice)
의미: 한 가지 기술이나 한 종류의 과제를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하는 방식이야.
📌② 분산 연습 (Distributed Practice)
의미: 특정 기술을 한 번에 길게 연습하지 않고 짧은 여러 세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휴식을 주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방법.
📌③ 응고화 (Consolidation)
의미: 학습한 지식이나 기술이 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과정.
=> 요약하면, 기술을 잘게 쪼개서 익히되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주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