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사댄스의 본질은 소셜댄스, 즉 사교춤이지 무대를 상정하고 만드는 공연용 춤이 아니라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 생각엔 변함 없겠지만. 소셜이 주지 못하는 공연과 경연 만의 즐거움이 있다.
라틴댄스 동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서, 이런 물리적으로 번듯한 공간에서 열리는 경연과 공연은 의미가 크다. 인정한다.
수백석 관객과 핀조명을 때리는 넓은 단상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일이, 2평 남짓한 살사바 소셜이나 10평 남짓한 무대 경험과 같을 수 있을까.
이런 대형 행사, 행사장, 경연과 공연. 모두 그 자체로 동호인들에게 나름의 큰 의미를 가져다 주는 ‘킬러 콘텐츠’ 였다.
2.
UMF나 디제이페스티벌 같은 대형 상업 공연과 살사판 행사를 비교했을때(동일선상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지만), 행사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점이 많았는데. 그간 이 판도 참 많이 발전했다.
진행의 질, 사운드와 조명을 비롯한 무대의 질이 이제 딱히 흠잡을 부분이 없다. 그만큼 라틴판이 고인물들 취미가 되어버린 건가 싶기도 하고.
충격과 공포였던 제 2회 제주살사를 떠올리면, 그런 아마추어스러운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사가 있겠지.
3.
누가 집계하는 건 아니지만, 라틴댄스 동호인 수가 점차 줄어들고 늙어가는 걸 느낀다. 통계로 볼 수는 없지만. 너도 체감하고 나도 느낀다면 꼭 출구조사 안 하더라도 맞추는 민심처럼. 실제 그런거 아닐까.
원래 마이너한 동호인 문화가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지만. 대다수가 한번씩은 본 얼굴이고. 그들이 최소 10년씩 된 분들. 아니 20년 이상 된 사람들도 수두룩하니.
오래된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라는게 아니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활력이 생기는 건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구나. 젊음이 깡패라는게 참 여러의미로 와닿는다.
4.
누가 잘 추고 못 추는가. 경연 심사에 이런저런 이견이 있을까?
실은 살사 문외한 조차 무대를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 직접 보면 에너지가 다르다. 베이직이 단단하다거나 턴이 좋다는 식의 상세 기술 분석은 프로댄서인 심사위원이 더 잘 하겠지만.
동호인은 물론이고 응원하러온 일반인 가족과 지인도 보면 알거다. 그냥 무대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다르다. 많이 준비하고 많이 스텝을 밟았던 사람은 무대 장악력이 다르다. 자기 판으로 만드는 힘을 보여주는 것.
결국 참가자들이 서로 덕담도 하고 으쌰으쌰도 하겠지만. 어지간하면 보는 눈은 비슷하다. 우리가 얼만큼 했는지, 상대와 어느정도 격차인지. 솔직히 알고 있다.
한날 한시에 그 수준을 일시에 열어 보이는 것으로도 코리아 라틴댄스 컵은 의의가 크다. 누군가에겐 뿌듯함, 누군가에겐 경쟁의식을 심어 또 일년 살이를 하게 해 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