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배우 박정민의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추천사는 마케팅 문구로는 훌륭했지만, 소비자인 내게는 배신감을 줬다.

성해나 책이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둘의 재미가 좀 다르다.

마샬 맥루한 아재 이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상상의 여지가 적어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핫 미디어고. 책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쿨 미디어다.

당연히 두 미디어 고유의 차이에서 오는 게 있지. 근데 이건 좀 심하네.

단편의 특성인지, 성해나라는 작가의 스타일인건지. 매 회마다 기승전에서 끝나는 느낌. 혹은 기승결?

넷플릭스를 대체하는 소설이라기에, 뇌 빼고 자아 의탁해서 보는 순수재미를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공백이 너무 많아, 단편 하나를 다 읽고 나면. 그 읽은 시간만큼 더 능동적으로 남은 내용을 맞춰봐야하는 느낌.

소설의 내용 보다, 갑자기 끝나는 듯한 구성 자체가 내게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나도 뻐킹 숏폼 회빙환 사이다 전개에 쩌든 콘텐츠 유저인가.

박정민 씨 다음에 쓸 마케팅 문구는 이걸로 하자.

‘템플스테이 왜 가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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