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을 연 친구의 요청으로, 1페이지 마케팅 제안서 개념의 포스팅을 나름의 고민을 담아 끄적여 본다.
목적 -> 목표 -> 컨셉 -> 차별점과 지킬 점
뻔한 이야기지만, 세상사 진짜 중요한 건 꽁꽁 숨겨진 게 아니라 오히려 대놓고 드러나 있는 게 대부분이더라. 기본, 원리, 목적, 이유 등의 이름으로. 너무 뻔해서 우리가 눈 여겨 보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
세부 마케팅 방안 수립 이전에 중식당 운영 목적이 명확한지 점검해 보자. 여기서 구체적인 목표가 나오거든. 물론 목적에 ‘생계를 위해’라는 직관적이고 실로 중대한 이유를 넣을 수 있지만, 이 조차 왜 다른 업이 아니고 바로 이 자리 이 시기에 중식당이었냐에 대해 자문하며 좀 더 구체적으로 곱씹어 볼 수 있겠지.
목적이 서면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나오지. 예를 들어 오픈 6개월까지 월매출 최대 5천 달성. 1년차에 연매출 3억 달성, 3년차에 지점 확장 등등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컨셉. “( ) 중식당” 저 괄호를 채워야해. 백종원의 홍콩반점은 ‘가성비 뛰어난 짬뽕 전문점’이지.(아니, 인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니까) 너희 중식당은 ( )한 곳이느뇨?
저 괄호 안에는 차별화 요소가 들어가야 해. 홍콩반점 이야기할 때, ‘짬뽕 팔고 짜장 파는 중식당’이라고 소개하지 않잖아. 동네 중국집과 차별화 된 메뉴와 가격 정책이 있는 거지.(물론, 백종원이 아니라 내가 그냥 예시로 넣음)
컨셉은 네가 운영하는 중식당의 차별화 요소를 잘 나타내는 한 문장이 되고, 이 컨셉 안에서 향후 모든 마케팅을 진행해야겠지. 기독교로 치자면 성경이자 십계명이랄까?
컨셉을 어기고 운영하면 이도저도 아닌 그냥 싼마이 가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홍콩반점에 김밥 팔고 불도장 팔고 하면 개판 되는거지. 혹시 모르지, 홍콩반점쯤 되는 브랜드라면 너무 파격적이라 신선하단 소리 들을지도.(스님도 담 넘게 만드는 불도장을 9900원에!)
이익 극대화 = 매출 극대화 & 비용 최소화
저 앞의 목적, 목표, 컨셉은 주인장 스스로의 고독한 싸움. 프렌차이즈 본사가 아닌 이상 컨셉까지 타인이 잡아주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지.(라는 말로 마케팅으로 간단히 점프)
마케팅 프레임을 만들어 생각해보자.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목표는 결국 순이익 증대일 것이고, 오픈 초기인만큼 비용감소보다는 매출증대에 초점을 맞춰야겠지. 마인드맵으로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봤어.(뭘 좋아할지 몰라 내 맘대로 했어)
‘매출 = 방문객(신규+기존) * 객단가’ 이므로 아래 프레임의 앞 부분은 논리적으로 너무 당연한 구조야. 이제 저기서 어느 부분을 먼저 할 것인지, 더 열심히 할 것인지의 고민은 필요하겠지.
메시지 전략은 ‘누구에게(주고객) 무엇을(메시지) 어떻게(채널) 말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미 컨셉 부분에서 주고객을 누구로 하냐, 그들의 특성은 어떤가에 대한 고민은 끝났다고 보고, 우리 주고객이 활동하는 채널이나 흥미를 보이는 메시지를 찾아야겠지. 이 틀에서 간단히 몇 가지 요소에 대해 의견을 말해볼 게.
온라인 채널
– 블로그: 요즘은 인스타나 페북 때문에 절대적인 사용자 수나 유입시키는 힘이 준 건 사실. 단 SNS 정보는 휘발되는 반면 블로그는 누적되기 때문에 관록이 쌓이면 방문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거야. 좀 오버하자면 헤리티지(유산)가 생긴달까.
그냥 ‘우리 가게 맛있어요~’라는 뻔해서 눈물나는 포스팅이 안 되려면 블로그 운영 컨셉이 필요해. 가게 오픈 전후 이야기나, 음식 조리과정, 메뉴 선정의 뒷배경, 매장에서의 일상, 집에서 중식요리 해 먹는 법(진짬뽕으로 너희가게 크림짬뽕 만드는 법), 가게 인근에서 벌어지는 일 들 등등… 포스팅 수를 늘리기 위해 생뚱맞은 이야기 쓸 필요는 없고, 주고객(즉 손님)에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채워나가면 어떨까 싶네.
– 소규모 가게가 온라인 홍보에서 가져야 할 자세는 ‘진정성’이라고 봐. 이 가게가 뭔가 매력있다, 나름의 콘텐츠가 있다 싶으면 사람들은 찾아 오거든. 물론 글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의 비율은 낮겠지만, ‘우리집 맛집, 하트 뿅뿅~~이런 집보다는 높겠지. 요즘 네티즌들은 워낙 광고성 스팸성 게시글을 많이 접해서, 진정성 없는 복붙이나 자화자찬 글은 오히려 마이너스.
– 네이버지도 로드맵으로 네 가게 위치를 보면 2014년 사진이 떠서 네 가게가 없어. 난 음식점 갈 때 로드뷰로 간판이나 주차상황, 건물의 진출입로 등을 살펴 보는데, 나 같은 사람은 로드뷰에 안 나오면 ‘망했나?’ 착각할 수도 있을 듯. 네이버 로드뷰를 요청으로 갱신할 수 있을것 같진 않은데… 블로그나 sns에 이걸 소재로 글 올려도 재밌을 듯. ‘로드뷰 갱신일 감격 할인’ 같은 이벤트도 좋고.
– 인스타, 페북, 카카오아이디, 블로그체험단, 지역맛집카페 등등 활용 가능한 채널은 많으나 주 고객이 모일 것 같은 곳을 찾아 선택과 집중해야겠지. 물론 차별화된 운영 컨셉도 필요하고.(이 운영 컨셉도 결국 최상위 가게 컨셉에서 파생되어야 하고)
– 그 외 온라인 채널에서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상점 등록 등은 모두 해 둔 것 같아서 별로 부연할 건 없을 듯.
가격 정책 등
– 가게 컨셉과 맞아야겠지만, ‘퇴근길 방배에서 이과두주 한잔 하기 좋은 가게’ 어때? 객단가 높이는 데는 결국 술이지. 하얼빈 3병 시키면 오향가지가 나온다거나, 공보가주를 시키면 뭐가 나온다는 등. 만약 기본안주 세팅이 있으면 그걸 메뉴판에 명시하는 것도 술 주문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겠네. 좀 싼마이 느낌나지만 준코 메뉴판을 참고해봐도 좋을 듯.
–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흔한, 명함 넣으면 식사권 준다거나 매장에서 사용하는 적립 프로그램을 써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적립 프로그램은 나오미에서 쓰는 것과 대부분 유사해. 여기서 핵심은 그들이 적립을 등록하는 순간 고객에게 메시지를 쏠 수 있는 채널이 가설된다는 거지.
전화응대/매장응대 매뉴얼화
– ‘매뉴얼화’ 부분은 식당 마케팅 서적에서 본 건데, 평소 식당 손님으로서 수긍이 가서 언급해. 손님이 들어왔을때, 전화 걸었을때, 예약을 진행할 때 매뉴얼 대로 일관되게 원활히 처리되면 아무래도 기분 좋고 믿음이 가지. 이런 건 잘하면 본전 못하면 꽝인 영역이긴 하지만.
끝으로, 물과 공부는 셀프
결국(혹은 당연히) 점주가 공부하는 게 답인 것 같아. 즉, 마케터가 식당운영을 공부하는 것보다 식당주가 마케팅을 배우는 게 훨신 효과적이란 생각이야. 마케터는 결국 세상에 널리 알려진 틀이나 도구를 잠깐 빌려줄 뿐, 어느 게 너희 식당에 맞는지 가장 잘 아는 건 너!
도서관에서 식당 마케팅으로 검색해서 관련 도서를 좀 집어왔는데 이정도더라. 노력해도 가게는 실패할 수 있지만 경험은 사라지지 않지. 부디 부단한 노력으로 큰 실패 없이 안착하시길!
(물론 이걸 다 읽진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