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하나(별 셋이 만점). 가볍게 훑어볼 수 있는 책.
물론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을 굳이 구분하는 것도 좀 억지스 럽긴 하다. 유가가 상승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도 인플레이션과 저성장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은 학문인 동시에 기예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수학은 정확하고 확실한 답이 있지만, 경제학은 복잡해서 다양한 가능성과 해결책을 헤아리며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학은 그저 일종의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단순하게 압축한 정답 한 개만 있는 것도 아니다. 7명의 경제학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8개의 다른 답을 얻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실망스럽겠지만 그것이 경제학이 정말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 토론에서 양측의 경제통이 나와 서로 헐뜯을때 단골 멘트가 ‘X하면 Y하는 건 경제학 원론에도 나오는 이야기, 당신 말이 맞다면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
근데 각자 보고 있는 교과서가 달라서. 이미 교과서를 새로 쓸 필요가 없다. 각자의 원론이 따로 있기 때문. 만약 물리학 원론이 서로 다른 두 가지 버전이 있다면 난리나겠지만. 경제학은 하나만 있으면 되려 난리날 것.
경제학이 물리학의 중력마냥 현실 세계에 99.9999%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고 확신하는데서 사달이 난다. 경제는 복잡계다. 경제학은 학문이면서도 현장의 기예다.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노하우의 영역에 걸쳐있다.
내시 균형에서 각 기업은 아쉬움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두 기업이 내시 균형에 있다면 둘 다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둘 중 하나가 가격을 올리면 그 기업은 시장 점유율과 이윤을 잃는다. 반대로 한쪽이 가격을 낮추면 가격 전쟁이 시작되고 둘 다 이윤을 잃는다. 따라서 두 기업 양쪽에 최선의 선택은 가격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이것이 주어진 선택지 중 최선의 결과다.
그러나 내시 균형이 반드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볼 순 없다. 두 기업이 함께 가격 인상에 동의한다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기업들에는) 훨씬 좋다. 하지만 가격을 같이 올리자고 경쟁사를 설득하지 못할 바에야, 가만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게임 이론은 통상 기업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행위자가 효용(이윤, 만족도 등)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몇 가지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의 사장은 세간의 이목을 끌려고 뭔가 극적인 일을 벌이고 싶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일부러 가격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 또한 더 낮은 이윤을 감수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실은 (종국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목표를 극대화하는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어떤 기업은 비록 처음에는 출혈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빼앗아 오는 것이 최종 목표일 수 있다. 이렇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넓히려고 당장의 영업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바로 아마존이 수년 동안 해온 전략이다.
경제학 이론은 항상 무균의 인큐베이터 속 순진무구한 인간을 상정하는게 문제. 기분 나빠서, 내 뼈를 주고서라도 네 살을 떼낸다 같은 식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사례가 넘쳐난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행복을 (벤담과 밀 같은 공리주의 철학자들에서 비롯한) 효용이라고 더 흔히 표현한다. 논리는 이해하기 쉽다. 사람들에게 낮은 소득과 높은 소득 중 하나를 고르라면, 대부분 높은 소득을 벌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인간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한다. 각국 정부들도 이러한 부와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GDP 극대화를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삼았다. 물론 GDP가 높은 국가는 낮은 국가보다 살기 좋을 확률이 높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경제학자 들은 훨씬 근본적인 질문, 즉 전통적인 경제 성과 지표가 과연 인간의 행복과 후생 증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차면 넘친다. ‘돈 많은 거랑 적은 것 중 하나만 골라’라는 직선적이고 단선적인 질문에 답하며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물음표가 뜬 사회. 이렇게 가는 거 맞나? 이렇게 더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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