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그라운드 GFC점, 사우나 양대 빌런

어디에나 빌런은 있는데. 입장 바꿔 그 빌런 위치에 서 보면 타의 귀감, 아니 타산지석 반면교사가 된다.

빌런 1. 사우나 숏츠 중독남

온탕 까지 휴대폰을 들고 오는 사람이다. 평일 오전 9시쯤에 루틴하게 사우나 탕에 들어오는데. 뭘 보고 있나 보면 유튜브 숏츠인지 인스타 릴스인지. 여튼 숏폼 영상 콘텐츠다.

진정한 숏폼 시대 아이콘 같은 남자다.

이렇게 한 1~2주 정도 지나니 사우나 입구에 경고문이 붙더라. 휴대폰 들고 들어가지 말라고.

이후 사라진 듯.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이 남자 입장에선 휴대폰 들고 사우나 들어가는데 진짜 문제 의식을 못 느꼈을 것 같다. 너무나 평온해 보였거든.

근데 숏폼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데. 현대 도시인의 에티켓 감각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것도 좀 웃기긴 함.

좀 더 숏폼남 편에 서서 생각해보면. 요즘 젊은 층은 사우나를 워낙 안 다니니. 사우나까지 갖춰진 버핏그라운드 같은 시설은 생소했고. 그래서 뜨끈한 탕에서 좋아하는 숏츠로 몸과 함께 뇌까지 이완하려 했던 게 아닐까.

에티켓과 별개로. 탕에서 숏츠를 보면 더 재밌으려나. 보통은 탕에서 몸이 이완되며 잡생각도 떨쳐버려서 좋은 건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효과랑 같은 걸까…

빌런 2. 양키 고홈

이 서양 아재는 사우나에서 실컷 땀 빼고 바로 냉탕에 입수해버린다. 이 문장을 읽고 어디서 잘못된 건지 모른다면. 사우나 에티켓을 모르는 사람.

탕에 들어가기 전 샤워해 땀을 씻어내야 한다는. 동네 목욕탕에서부터 학습하는 매너를 모르는 것.

특이하게 이 아재는 건식 사우나 안에까지 슬리퍼를 신고 들어온다. 침실까지 신발 신는다는 서양애들 문화가 이런 건가 보다.

자기 발은 아끼면서 냉탕은 혼탕처럼 씀.

서양에는 사우나가 없나???

빌런 편에 서서.

근데 이 두 빌런을 아주 지근거리(물리적으로)에서 지켜본 결과. 이들에게 전혀 악의는 없다.

한국의 자랑스런 K-목욕탕 문화를 짓이겨 주겠다는 어떠한 악의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아침부터 헬스장 다니는 건실한 청년들일 뿐.

정말 이게 예의가 아니라는 의식 자체가 없을 것. 그리고 그 의식이란 게 실은 꽤나 미묘해. 모를 법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모른다고 모든 민폐가 상쇄되는 건 아니다.

나는 그 감각을 잃지 않고 있나? 나 역시 새로운 장소에 가서는 그 룰을 악의없이 어길 수도 있을 것.

깨어있어야 한다. 감각을 깨워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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