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으로 강제 한달 휴식기를 가지며, 그간 취미역도 수업을 복기해 봤다. 중요한데 내가 자주 까먹는 순으로 ABC를 붙여봤으나 이는 개인적 훈련 소감이고 판단일 뿐이다.
A. 허리 안전 = 척추 중립
동호인 수준 역도에서 가장 빈번한 부상 부위가 허리와 어깨 아닐까? 모든 취미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훈련이나 경쟁에 몰입하다 보면, 건강하려고 하는 운동이 아닌, 내 건강을 갈아 넣어서 기록을 만드려 하는 주객전도 모드에 돌입할 때가 있는데. 그때 현명한 판단을 해야 오래 즐길 수 있다. 나는 그렇지 못해 주요 고비마다 몸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강제로 쉬게 되었지.
내가 허리를 다친 게 데피싯 클린풀. 이 프로그램 때문에 다쳤다기 보다는, 평소 데미지가 누적되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임계점을 넘게 됐다는 게 맞겠지. 데피싯은 평지보다 부하가 더 걸리고, 클린풀은 클린보다 고중량을 다룰 수 있으니. 부하에 부하가 겹친셈이다.
이번 부상을 통해 머리에 아주 각인한 게 ‘척추중립’ 개념. 허리를 굽히는 것도 뒤로 신전하는 것도 아니다. 허리 전체를 통으로 꽉 잡고 중립자세를 유지한 채 전 구간을 수행한다.
B. 세컨풀 컨택 = 허벅지를 활주로로
역도에서 세컨풀의 중요성이 7할이라면, 세컨풀의 7할은 컨택일테고. 그럼 0.7*0.7=0.49. 즉 역도의 절반은 컨택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물론 내 맘대로 산출된 공식임)
허벅지를 충분히 긁어 마치 허벅지를 활주로처럼 써야 한다. 이를 위해 팔과 광배는 바를 내 허벅지에 붙이기 위해 뒤로 당겨야하고.
이게 인간의 본능을 역행하는 동작 같아 처음에는 무지 어렵다. 팔까지 동원해 위로 당겨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밑으로(정확히는 뒤로) 내린다고? 근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처럼. 그렇게 해야 컨택 순간 파워를 전이해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다.
기술 없이 무작정 무게를 들려 했을 아주 원시적 역도에는 컨택 개념이 없었겠지. 역도에서 중요한 두가지가 힘과 기술인데. 역도 기술의 정수가 바로 이 컨택 아닌가 싶다. 인간의 직관을 위배하지만 과학적인 컨택 동작.
세컨풀을 제대로 못해 발생하는 증상은 수두룩하다. 내가 고치기 가장 어려웠던 게 허리 까뒤집기. 이게 허벅지를 활주로로 쓰는게 아니라, 바를 배치기하듯 허벅지로 튕겨내는 식으로 할 때 발생하는 모양새. 허벅지를 선이 아니라 점으로 생각할 때 발생한다.
C. 랜딩시 팔은 미는게 아니라 펀치로 빠르게 받치는 것
이것도 인간의 직관 과는 다른 기술의 영역. 푸시프레스하듯 밀어올리는 게 아니라, 재빨리 몸 전체가 내려가고 팔을 펀치 치듯 뻗쳐서 받치는 거다. 프레스 동작이 보일만큼 랜딩속도가 느리면 경기에선 파울이 될 것 같은데. 신체단력 측면에서는 나쁘다고 보기 어렵겠네.
공교롭게도, 정리하고 나니 역도하는 순서 그대로네. 처음 바를 잡는 순간 척추중립 상태로 몸통을 견고히 하고, 허벅지 컨택을 통해 세컨풀을 강하게 차고, 랜딩시 펀치를 빠르게 뻗는 동작 그대로가 곧 우선순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