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 반갑습니다!
자판이란것도 반갑고 수세식 화장실도 반갑고, 증평군 역전에 반짝이는 네온사인도 반갑습니다!
카~~ 요번 현장은 충청북도 증평군 도안면에 위치한 농공단지 입니다.
자, 그냥 공단도 아니고 ‘농공단지’가 무엇이냐?
‘농어촌 지역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공업단지.’ 라고 네이버 백과사전 형이 말하는구나.
안동에 있는 농수로 만드는 농공단지 공장에서 일했던 스물한살의 날들이 떠오르는군
아~~ 그 화로에서 갓 구워져 나온 콘크리트 수로, 돌 굽는 냄새… 사실 틀에 바르는 기름냄새가 더 강렬했지
여튼, 농공단지는 둘째치고
이번에 숙소가 정말 강력하다!!!
진정한 전원생활이란 바로 이것이다!
화장실 – 시멘트 바닥에 직사각형 네모하나 뚫려있음. 그나마 바닥이 시멘트인게 고마워!
집 – 아궁이 떼는 방인데 파리, 날파리와는 첫 날부터 끊임없는 스킨쉽으로 절친해져서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
이 동네 어르신들은 정말 무너져 가는 집에서도 꿋꿋이 생활을 하신다. 참고로 저 무너져 간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묘사다.
아, 그리고 완벽한 샤워시설 – 온천! 이 갑자기 발견되지 않는 한 언제나 냉수 샤워. 그것도 바가지로 떠서, 샤워공간은 광할한 마당 한가운데 위치한 수돗가
한 집안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위해 일체의 칸막이 따위는 없음
젤 중요한 밥~!!!!! – 아~~ 겨울에 일할 때는 익산에서 20여가지씩 나오는 반찬 덕분에 쇳가루를 먹으면서도 힘을 냈었는데
커~~ 정녕 밥상도 전원의 느낌 100퍼센트! 완전 초원이다. 단백질은 어디서 공급 받으란 말인가!!!
기초대사량이 2000키로칼로리를 넘어서는 나는, 체중유지를 위해 저녁을 먹고 계란 두 개(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을 채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를 넣은 라면을 섭취해 주신다.
마당에서 고추건 상추건 뚝뚝 따서 그대로 먹으면 된다. 문제는 나중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한소리 하신다는 것!
식수? 수돗물에서 나오는 물이 식수다
동네 어귀에 산딸기가 지천이다
게다가 정말 놀랐던건 강원도에서 군생활할 때도 야전에서만 보던 반딧불을 여기 동네 밭에서 봤다는거!
크크~~ 반딧불을 실제로 못 본 애들도 많겠지?
정말 진정한 전원생활!
개발의 손길은 새마을 운동이후로 미치지 않은것 같아
여기온지 5일째 되는 오늘 증평군 번화가로 놀러나왔다.
어느 곳이나 잃는것이 있으면 얻는것이 있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로인해 이로운 점도 있겠지
아! 이 동네엔 슈퍼도 없기 때문에 돈을 쓰고 싶으면 논에 하나씩 던져넣거나 산기슭에 묻어야 한다.
여기온지 첫 날 팀장님이 사람 모자란다고 혹시 내 친구중에 한 명 부를 수 없겠냐고 하던데, 지금 생각하면 친구놈 불렀다가 이 환경에서 나중에 무슨소릴 들으려구~
어찌보면 진짜 ‘생활’ 을 겪어보는 것도 좋은 교제의 방법인것 같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보통은 같이 공부하고 게임하고 술먹고 어쩌다가 며칠씩 여행가서 일상생활을 같이 해 보는게 전부잖아.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면 같이 여행을 떠나 보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다시 생각해 보니… 이러말이 진짜 있던가?)
간만에 읍내나와서 이런 말 저런 말 줄줄이 쏟아지네
황토로 지었다는(주인 할머니의 증언인데 난 그다지~) 웰빙 숙소로 돌아가서 모기장 안의 안락함을 느껴야지~☆
아, 스물다섯의 청춘아! 여름의 폭염과 산골의 얼음물로 더욱 숙성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