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론 시험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고등학교 동창 무리들을 만났다
뚜둥~~~
상대랑 법대로 이루어진 무리들인데…… 단 한번도 여자애들이나 새내기들과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철저한 베타적 학구파 집단이다
이 친구들이랑 같이 점심 먹다 내가 지나가는 여자 동기 한테 인사라도 하면,
“오~~~~ 준희!!”
이런 감탄사를 듣게 된다.
길 가면서 아는 사람 만나는 횟수의 합산으로 인기도를 정하는 녀석들인데 참고로 남자는 1점 여자는 2점이다. 실제 얘들이 한 번에 2점을 더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여튼, 상대 법대인 주제에 사회대 소암재에서 서식하기도 하고 그 자리맡기 어렵다는 중앙도서관 신관 지하를 메인 베이스로 삼는 녀석들이다.
나름 공부 열심히 하는 줄은 짐작했으나,
오늘 그 무리 중 법대 다니는 애랑 탄산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깨달은 바가 있다
그 녀석은 전역 후 복학 첫 학기, 시험 범위는 650페이지, 문제는 공부 안 하면 아예 손도 댈 수 없다는 판례…
하루에 담배를 두 갑 가까이 피우고 도서관에는 새벽 6시에 도착한다는 녀석. 자취도 아닌데 상인동에서 그 시간에 도착하려면 거의 첫 차를 타야 한다. 담배 피는 시간도 쌓이면 큰데 같이 공부하면서 제어 해 줄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 하더라
그 녀석 입을 통해 들으니 다른 녀석들은 더 열심히 하고, 또 좋은 성적들을 받고 있더만.
카~~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장승수 자서전 찾을 필요가 없잖아
내 법대 친구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금오공대 선배는 학기중에 12시전에 잔 적이 한 번도 없단다. 그렇게 복학 후에 일 년을 다니고 겨울방학을 맞아서야 이제 진짜 전역한 기분이 든다 그러더라
자리에 눌러 앉아있기로 이과에 공대가 있다면 문과에 법대가 있지
대단해! 아,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어설프지 않은가! 적당히 책을 읽고, 필기를 훑고, 피부관리와 몸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해 잠은 반드시 12시전에 자야하고, 새벽 5시 50분에 맞춰놓은 알람은 정말 단순히 5시 50분이라는 시각을 알리는 역할외에 나를 깨우는 역할은 지워진지 오래고……
…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어설픈 과정엔 어설픈 결과 뿐!
공부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일도, 운동도 … … …
결국엔 삶마저도 어설프게 뚝딱뚝딱 얼기설기 엮어놨다가 봄바람에 들썩이고 황사바람에 쓩~ 날아가버릴 어설픈 인생이 되지 않겠느냐!
글의 첨으로 돌아가서, 나름 내가 아는 걸 다 적고 나왔다고 생각했던 신문론 시험으로 돌아가보자
난, 어설프게 대충대충 얼레설레 며칠동안 묻혀놨던 파편적인 지식들을 답안지에 털어놓고 온 건 아닙니까?
정말 대뇌피질까지 들썩이며 아는 걸 다 쏟아 부었나요?
어설프게 하지 마세요, 결과가 빤~ 합니다.
어디 한 번 토해보세요. 앨콜의 힘이 아닌 내 열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