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깃꼬깃 접어 두었던, 부치지도 버리지도 못한 편지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 버릴까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 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어라고 말하지 않은 말  – 유안진 ——————————- ‘혼자만의 특수성’ 이니 … 더 읽기

퍼펙트 맨이 아니어도 살아갈 만하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 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 더 읽기

‘빗장’ 떠버린 사랑에 아직은 쓰라릴 친구에게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서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 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 더 읽기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 더 읽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고을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서 … 더 읽기

공대생의 감성으로 쓴 자작시 [당신에게서 Uninstall]

당신을 기다리며 집 앞에서 두근대며 서 있지만 집에서 걸어 나온 당신의 첫 눈빛은 즐겁지 않았어요 함께 있어도 내 이야기보다 개인휴대 통신장비와의 교신이 우선이고요 나는 당신이란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 중 우선 순위가 최하위인 기분이 들었어요 여유 자원이 넉넉하면 그때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프로그램에는 그토록 친절하고 상냥한 당신, 그런 당신이라서 더욱 쓰리고 시립니다 이제 당신이 베풀어 주는 … 더 읽기

나는 사랑합니까 대답해 주십시요

느닷없이, 미안합니다 뜻이 있는데 길이 있어서 그럽니다 맘대로 하라시지만 어렵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시지만 길이 어디 있습니까 아니까 갑니까 가는 게 아닙니까 좋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나는 사랑합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그 대답이 접니다 그래도 우리가 고개 숙이는 만큼의 이 땅의 인력(引力)을 운명으로 사랑합니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 ‘그냥’   정현종 내가 좋아하는 … 더 읽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내일이면 시월의 마지막 밤이잖아 어떤 철 지난 유행가는 지금 들으면 소리가 싸구려 느낌이 나고 유치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반면 또 어떤 옛 노래는 최신곡은 주지 못하는 아련함을 주지 이용의 ‘잊혀진 계절’ 을 들어보자 시월의 마지막 밤이라……   출처는 네이버 카페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시월이면 … 더 읽기

[강은교의 시에 전화화기] 중에서

중간고사도 끝나고 요즘 나의 감슈셩에 슈분이 증발 해 버린 듯해서 시집으로 보충해 주고있다 아~~ 경북대 도서관에는 평생 읽어도 넘칠만큼의 시집이 있는데 이 중에서 어떻게 내 심금을 징~~~ 하고 울리는 시 몇 편을 쏙쏙 하고 찾아 낼 수 있을까… 다독… 그 외에는 없겠지? 여튼 이번에 소개 할 시집은 ‘강은교의 시에 전화하기’ 라는 현대시 모음집이다 책 소개가 … 더 읽기

[사랑하는 이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밀려오는 그리움

=  사랑하는 이에게  = -김현주 낭송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하나 둘 밟는데 문득 당신이 보고 싶어 집니다 아니 문득은 아니예요 어느때고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으니까요 언제나 당신이 보고 싶으니까요 오늘은 유난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 계단을 다 올라가면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았어요 얼른 뛰어 올라갔죠 빈 하늘만 있네요 당신 너무 멀리 있어요 왜 당신만 생각하면 눈 앞에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