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불편러 일기, 위근우

타일러 라쉬가 매력적인 것도, 단순히 한자성어로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해서가 아니라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 안에 남녀 간 소통 부재가 담겨 있다는 논리적 해석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요컨대 그들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권위를 행사하는 이들이 가득한 한국 사회에서 그나마 소통 가능한 남자들이다.  종종 왜 ‘뇌섹남’이라는 표현은 있지만 ‘뇌섹녀’가 없느냐는 정당한 비판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은 남성의 지성이 여성의 … Read more

일방 통행로, 발터 벤야민

※ 모바일에서 읽기 편하게 임의로 문단을 나눈 곳이 많음을 일러둔다. 주유소 삶을 구성하는 힘은 현재에는 확신보다는 사실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 한 번도, 그 어느 곳에서도 어떤 확신을 뒷받침한 적이 없었던 사실 말이다. ……중략…… 문학이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글쓰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괄적 지식을 자처하는 까다로운 책보다, … Read more

‘토이크레인’, 조영석

고요한 밤 무거운 밤 당신의 머리 무게를 재는 나의 팔이 잠들지 못하는 밤 고된 하루의 노동이 꽁꽁 얼어 있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 파르르 떨리는 당신의 목이 안쓰러워 생침을 삼키는 당신의 침묵에 내 혀는 그동안 배운 모든 말을 잃어버리고 살며시 당신 이마에 손을 얹을 뿐 내 핏속으로 점점 침몰하는 당신의 머릿속 비린 하루를 느끼며 나도 그대의 … Read more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지금 당신은 뼈 없는 닭갈비처럼 마음이 비벼져서 불판 위에서 익고 있지 나는 당신에게 슬픔도 때로는 매콤하다고 말했지 당신이 생각하는 그이는 이미 오이냉국처럼 마음이 식었다고 일러주었지 그이를 한입 떠 넣는다고 해서 당신 마음의 뼈는 돌아오지 않는 거라고 닭 껍질처럼 오돌토돌한 소름은 숨길 수가 없는 거라고 얘기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앞치마를 두른 채 조금 튄, … Read more

‘견인’,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 中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맥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