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크레인’, 조영석

고요한 밤 무거운 밤 당신의 머리 무게를 재는 나의 팔이 잠들지 못하는 밤 고된 하루의 노동이 꽁꽁 얼어 있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 파르르 떨리는 당신의 목이 안쓰러워 생침을 삼키는 당신의 침묵에 내 혀는 그동안 배운 모든 말을 잃어버리고 살며시 당신 이마에 손을 얹을 뿐 내 핏속으로 점점 침몰하는 당신의 머릿속 비린 하루를 느끼며 나도 그대의 … Read more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지금 당신은 뼈 없는 닭갈비처럼 마음이 비벼져서 불판 위에서 익고 있지 나는 당신에게 슬픔도 때로는 매콤하다고 말했지 당신이 생각하는 그이는 이미 오이냉국처럼 마음이 식었다고 일러주었지 그이를 한입 떠 넣는다고 해서 당신 마음의 뼈는 돌아오지 않는 거라고 닭 껍질처럼 오돌토돌한 소름은 숨길 수가 없는 거라고 얘기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앞치마를 두른 채 조금 튄, … Read more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 그 뒤의 결과와 인연은 하늘에 맡기자.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실수를 없애거나, 줄이거나,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계속 복기해 나갈 것. 당장 괴롭다고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며 뭍으로 올라가지 말자. 원래 해녀도 깊은 바다 바닥에서야 값비싼 전복을 캔다더라.

결혼단상_10년도 더 된, 아니 10년이 지나서야

군대 전역 후 비닐하우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형이 있다. 당시 그 형 나이가 서른 초중반쯤, 전역하고 바로 현장일하러 온 나를 꽤 좋게 봐 줬다. 알바가 끝난 후에도 종종 나를 불러 대구 시내에서 술을 사 주기도 했고, 가끔 늦은 시각에 우리집에 전화도 했다.(당시 나는 휴대폰은 물론이고 삐삐도 없었다.) 여자도 아니고 뭔 남자 동생 집에 밤 늦게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