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나오지 않는다.

학생 신분 끝, 일반인 신분으로 보낸 첫 날. 물이 나오지 않는다. 오전 내내, 일년 동안 비워뒀던 내 방을 정리했다. 중학교 체육복부터 작업복으로 써서 소매가 다 헤진 옷까지 정리하니 한 박스가 나왔다. 안 입는 옷을 이렇게나 많이 쌓아두고 살았구나. 대학 4년을 다녀놓고는 조그만 4단짜리 책장하나 다 못 채운다. 그나마 전공서적은 그 중의 한 단도 다 채우지 … 더 읽기

불리지 않는 노래

06년도 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이제사 한다. 서로 자기들만 부르는 노래인 줄 알다, 그게 아니란 걸 알았을 때의 기분! 크아~~ 같은 자리에서 다른꿈을 꾸기도 하고, 다른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 06년, 전남대 신방과 교류학생 혜리랑 러브하지 않은 상태에서 러브로드를 걷고 있을 땝니다. 준희 : 이 땅에서 들리는 민중의 소리~ 바람 따라 자유가 혜리 … 더 읽기

(분노하지 않는) 좋은선배 증후군

선장의 편지 5번째 쓰다가 자꾸 거대담론으로 넘어가서 다시 당겨 오느라고 애먹었다 처음 생각했던 제목은 ‘좋은선배 증후군’ 이었는데 앞에 ‘분노하지 않는’을 달았다 근데 ‘분노하지 않는 우리’ 라는 주제로도 할 말 많은데 말이지!! ——————————————————- 자판기에서 커피를 눌렀는데 컵에 밍밍한 물, 달달한 설탕, 부드러운 크림만 나온다면? 우린 분노할 겁니다. 왜 쓴 맛을 내는 커피가 안 나오냐고! 네, 우린 … 더 읽기

원래라는 이름의 굴레

학생회장 시절, “선장의 편지” 라는 이름으로 학과원들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에 대한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몇 편 못 쓰고 중단됐었다. 이건 4편. 졸업전에 마무리 해야지 ————————————————— 신해철이 일간지 인터뷰에서 ‘날 진보라 부를때 좌절한다’고 했는데, 저는 후배들이 절 ‘이상주의자’라 부를 때 좌절합니다. 신해철 자신은 그냥 ‘원칙론자’인데, 개념 상으론 보수라 칭하는게 더 어울리는 자신을 진보라 부르는 … 더 읽기

이준구 교수처럼 쓴소리 해 줄 사람이 신방과엔 없는가?

일단 기사 일부분을 읽어보고 시작하자 ————————————————–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0일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올해 정시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특강에서 서울대가 ‘막장교육’으로 가고 있다고 작정한 듯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미국 명문대라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만 다를 뿐 내용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의 세계적인 학자는 거의 없다.”면서 “이는 단순 주입 암기식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 더 읽기

No Subject (guest)

학자는 정의하는    명사 기업가는 움직이는 동사 언론인은 연결하는 조사 – 영어 문법을 공부하다 각 직업군을 품사에 대입하면 뭐가 될 까 궁리해 봤다

No Subject (guest)

음악 교과서에 실린  ‘라 쿠카라차’ 원래 멕시코의 민요인 라 쿠카라차는 바퀴벌레라는 뜻 1910년 멕시코 혁명 지도자 판초 바야가 등장한다 아래는 라쿠카라차의 원래 가사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이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미소짓게 하네 그는 바로 셔츠를 벗은 판초 비야 이미 카란사의 군대는 도망가버렸네 판초 비야의 군대가 오고 있기 … 더 읽기

No Subject (guest)

술을 마시되 취하지 말고 사랑을 하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훔치되 부자들의 것만 건드려라 -판초 비야(1878~1923)

치즈케익의 달콤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년 하반기 시작할때 쯤, 환희에게 썼던 편지 엠바고(보도기간 유예) 해제 —————————————————– 치즈케익을 함께 하기로 했으나, 요즘 내가 사춘기를 겪으며 사인 그래프의 최저점을 찍고 있는 형국이라 날짜를 기약하기 어렵다. 한 테이블에서 치즈조각을 나누기 전에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어 키보드를 톡탁인다. 말보다는 글이 더 정제되고 정리되며 기록할 수 있기에 ………………………………. 환희는 PD가 되고 싶어 합니다. 실물보다 사진이 좀 … 더 읽기

김치를 쏟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 한 통을 순식간에 쏟았다 몸이 쏟아져 나왔다 응고되지 않은 몸속의 피가 범벅이 돼 있는 김치 발효된 아우성 소리 제몸에 사무치게 부풀리던 숨소리를 깊고 뜨겁게 남겨 놓으려고 한듯 김치통 내부가 온통 붉은 물이 들어 있었다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아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 저 아린 얼룩무늬들 김치 국물을 연거푸 닦는데 남은 자국들이 누군가 울다간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