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 고생하는이 있단 걸 모르고 있지요.

나는 올리브 당신은 뽀빠이 우리는 언제나 언밸런스, 당신은 시금치를 좋아하고 나는 먹지 않는 시금치를 요리하죠 그래서 당신께 시금치 편지를 씁니다 내가 보낸 편지엔 시금치가 들어 있어요 내가 보낸 시금치엔 불 냄새도 없고 그냥 시금치랄 밖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지요 끓는 물에서 금방 건져 낸 부추도 아니고 흙을 툭툭 털어 낸 파도 아니고 돌로 쪼아낸 봉숭아 이파리도 … 더 읽기

칼 맞은 국수는 그 아픔을 이해하네 ‘칼국수’

칼국수는 아픈 음식이다 실연한 후배와 먹는 늦은 점심 늦어서 더 쓸쓸한 공복 칼국수로 다스리며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깍둑깍둑 바람 든 무깍두기 반찬 삼아 우정시장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아 먹는 칼국수 듣지 않고서도 후배의 상실 다 알 수 있다 말하지 않고서도 내 마음 다 전할 수 있다 모름지기 시인의 사랑은 아파야 하느니 아픔 속에서 눈뜨는 사랑의 눈으로 … 더 읽기

타고난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 땅은 하늘로 새떼를 띄워올리고 하늘은 땅에 번개를 내려보낸다 이게 다 선천성 그리움 때문이다!

벚꽃의 사계절

벚꽃에는 사계절이 다 들어가있다. 싹이나고 만발해서 떨어지면 눈이된다 아! 단 며칠 간에 담아내는 사계절 ————————————————————– 올 봄, 캠퍼스  벚꽃이 5cm/s로 자유낙하하던 걸 무심히 보던 중, 떠오른 유심

6월 풍경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 이외수, 6월 ———————— 백양나무 숲에서 … 더 읽기

‘부치지 않은 편지’ 의 두 가지 종류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겨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 더 읽기

봄날의 점심, 초록 빛에 눈 멀어도 좋을 그 시간!

꽃이 만발하면 함께 먹자구요 그러면 무섭도록 정이 들어요 덩굴꽃이 담장을 넘으면 미울 지경이예요 오 오 탄식하며 주저앉아 울어요 물이 든 길을 걸어 오르면 당신의 간소한 식탁이 가장 화려해요 무엇보다 당신의 발놀림이 음악이어서 가난한 어깨 무거운 줄도 몰라요 푸른 것을 씻고 붉은 것을 그 위에 놓아 나르는 당신은 요술을 부리지요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입 속에서 소리를 … 더 읽기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깁 붐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 더 읽기

내 그대가 그리워 허공에 못질을 한다 못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 그대가 그리워 물 위에 못질을 한다 못이 들어가지 않는다 – 정호승  ‘못’ ———————————————— 내 그대가 그리워 허공에 삽질을 한다 삽이 떠지지를 않는다 내 그대가 그리워 바닥에 헤딩을 한다 바닥이 물러나질 않는다 내 그대가 그리워 시멘트에 씨를 뿌렸다 싹이 돋아나질 않는다 내 그대가 그리워 …… 이제 그 … 더 읽기

엽서, 엽서

단 두 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지요. 그것도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일까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 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아무도 없는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에서 좋은 그림엽서를 보았을 때 우표만큼의 관심도 없는 내게 없을 사람을 이렇게 편안히 멀리 … 더 읽기